“셋.”
강지훈이 스타트대 위에서 마지막 숫자를 내뱉었다.
몸이 곧게 접혔다. 푸른 수면이 검게 벌어졌다.
첨벙, 물이 어깨를 때리며 갈라졌다. 차가운 수온이 피부를 단숨에 옥죄었다.
‘오늘이 마지막이다.’
입술 사이로 공기가 한 번 새어 나갔다. 팔이 앞으로 뻗었다. 손끝이 레인을 가르는 줄을 스쳤다.
“형, 진짜 은퇴한다고요?”
조금 전, 풀 옆에서 매니저 준성이 던졌던 말이 귀에서 다시 울렸다.
“기자들 앞에서 다 말했잖아.”
지훈은 고글을 고쳐 쓰며 대답했었다.
“말 바꾸면 욕 더 먹는 건 알지.”
준성의 휴대폰 화면에 기사 헤드라인이 떠 있었다.
[국가대표 탈락 강지훈, 눈물의 은퇴 선언]
“그래도… 한 번만 더 생각해보죠.”
준성이 수건을 쥐고 그의 어깨를 붙잡았었다. 지훈은 그 손을 조용히 떼어냈었다.
“생각은 아까 레이스에서 다 했다.”
지금, 그는 그때와 똑같은 동작으로 팔을 저었다. 물속의 타일 줄무늬가 일정한 속도로 뒤로 흘렀다.
숨이 목구멍 끝까지 치올랐다.
‘예선에서 0.01초.’
잔상이 스쳤다. 전광판 숫자. 자신의 이름 옆, 붉은 5위 표시.
국가대표 선발은 4위까지였다.
“형, 인터뷰는 끝까지 멋있었어요.”
준성이 어색하게 웃으며 물었었다.
“근데, 후회는 안 해요? 고작 0.01초인데.”
지훈은 대답하지 않았었다. 덧붙일 말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지금 그의 귀에는 물살이 갈라지는 소리만 가득 찼다. 자신의 팔이 허공을 긁는 소리.
풀 안쪽 타일이 조금씩 깨져 있는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수영장 천장의 불빛이 물결 위에서 길게 흔들렸다.
“손님, 오늘 야간은 여기까집니다.”
아까, 안전요원이 다가와 말했다.
“마감까지 삼십 분 남았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