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물이 얼굴을 덮쳤다.
“컥!”
한도윤이 숨을 들이켜다 바닷물을 한 모금 삼켰다. 혀끝에서 비린 소금기가 확 끼얹어졌다.
‘……바다?’
그가 온몸을 뒤틀며 몸을 일으켰다. 등 아래로 거친 나무판자의 결이 쓸렸다.
“저 자가 숨을 쉰다!”
낯선 말투의 한국어가 귀에 박혔다. 도윤은 고개를 홱 들었다.
눈앞에 낯선 갑옷들이 띄엄띄엄 서 있었다. 비늘처럼 겹친 철갑과 둥근 투구. 긴 창끝이 그의 가슴팍을 겨누고 있었다.
“움직이지 마라.”
가장 앞에 선 장수가 낮게 읊조렸다. 목소리가 바위처럼 단단했다.
도윤의 시선이 그 얼굴을 훑었다. 억센 눈썹과 굳게 다문 입. 검게 그을린 얼굴 위로 깊게 팬 상흔이 보였다.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머릿속에서 다큐멘터리 화면과 교과서 삽화가 겹쳐졌다. 흔들리는 배 위에서 장수가 천천히 몸을 기울였다.
“나는 전라좌수사 이순신이다.”
이름이 떨어지는 순간, 도윤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진짜요?”
주변 장졸 몇이 눈살을 찌푸렸다.
“버르장머리 없는 놈이로다.”
창끝이 한 뼘 더 다가왔다. 도윤은 두 손을 번쩍 들었다.
“잠깐, 잠깐! 오해예요!”
손바닥이 덜덜 떨렸다. 코스프레 축제 같은 것이라 믿고 싶었지만, 살을 파고드는 바닷바람이 너무도 생경했다.
몸에 걸친 건 얇은 반팔 티셔츠뿐이었다. 젖은 옷이 피부에 딱 달라붙어 체온을 뺏어갔다.
“이상한 옷을 입었구나. 무슨 나라 사람인지 밝혀라.”
이순신이 도윤의 차림을 천천히 훑었다.
“대한민국이요.”
말이 나온 뒤에야 도윤이 깨달았다. 지금은 조선 시대다.
이순신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대… 한…?”
그가 낯선 발음을 굴려 보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
“듣도 보도 못한 나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