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내려가거라."
허공에서 들려오는 듯한 사부의 목소리가 돌벽을 타고 울렸다.
권운은 등 뒤 바위에 기대앉은 채 천천히 눈을 떴다.
거칠게 패인 바위에 새겨진 손자국들이 윤이 나 있었다.
"백 년이라 했지."
입술이 거의 붙지 않은 채, 소리가 없는 숨만 새어 나왔다.
손가락이 굳어 있던 다리를 더듬어 내렸다.
"사부."
그가 낮게 불렀다.
"정녕, 더 머물라 말씀 안 하십니까."
대답 대신 바깥에서 바람 소리가 길게 휘돌았다.
절벽 위 소나무 잎이 사각거렸다.
바위 굴 앞에 걸린 낡은 목패가 흔들렸다.
[화산파 벽관굴]
세 글자가 반쯤 지워져 희미했다.
권운은 천천히 허리를 폈다.
오랜 세월 접혀 있던 관절이 삐걱이며 소리를 냈다.
발끝에서부터 얕은 푸른 기운이 피어올랐다.
발 아래 돌바닥이 미세하게 떨렸다 가라앉았다.
"내려가라 하셨지."
그가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그러면 가는 거지."
바위에 기대 세워 두었던 죽장을 손에 쥐었다.
대나무가 손바닥에 차갑게 닿았다.
한 발, 또 한 발.
벽관굴을 지키던 마지막 돌계단을 내려섰다.
골짜기 바람이 정면에서 얼굴을 후려쳤다.
백 년 묵은 먼지가 옷깃에서 한 번에 털려 나갔다.
"냄새가 다르군."
콧속으로 나무 향과 사람 냄새가 동시에 파고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