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 죄송하지만 이건 어렵겠습니다."
은행 지점장의 말이 탁자 위 커피잔보다 먼저 식어버렸다.
윤서는 손에 쥔 볼펜을 천천히 굴렸다.
손가락 마디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담보가 부족하단 말씀이세요?"
목소리는 최대한 고르게 뽑아냈다.
다리에 올려둔 가방 끈이 모르게 당겨지고 있었다.
"담보도 담보지만."
지점장이 안경을 벗어 렌즈를 닦았다.
"최근 3분기 연속 적자라…"
"거기까진 나도 알아요."
윤서는 입 안쪽 살을 살짝 씹었다.
종이 위 숫자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도, 제품 출시는 코앞이라."
그녀는 자료철을 탁자 앞으로 밀었다.
"요즘 투자자 반응도 나쁘지 않고, 계약만 두 건만 성사되면…"
"윤 대표님."
지점장이 말을 잘랐다.
"은행은 희망이 아니라 실적을 봅니다."
짧게 웃음 비슷한 숨소리가 났다.
윤서는 무의식적으로 손목시계를 봤다.
초침이 매정하게 앞으로만 나아갔다.
"영업팀 오늘도 밤샐 텐데."
눈가가 살짝 저려 왔다.
"그러니까, 한 달만 더."
그녀는 집요하게 말했다.
"기한 연장만 해 주세요. 이자 상환도 밀리지 않았고…"
"본점에서 이미 선을 그어 버려서요."
지점장이 두 손을 모았다.
"제 선에서는 더 밀어붙이기가 어렵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