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백주호! 전선은 안 보고 뭐 해!”
끈적한 슬라임이 바닥에서 튀어 올라 강하린의 검에 쪼개졌다.
푸른 젤리가 바닥에 비처럼 튀었다.
“잠깐만요, 냄새 좀 보고.”
백주호는 한쪽 벽에 코를 바짝 들이대고 숨을 깊게 들이켰다.
비 오는 날 지하실 같은 축축한 냄새 사이로 미세한 향이 섞여 들었다.
‘이 쫀득한 단내 뭐냐.’
“야, 백주호! 거기 버섯 따러 왔냐, 슬라임 잡으러 왔지!”
앞에서 방패를 든 탱커가 혀를 찼다.
발끝에 묻은 슬라임 젤리를 바위에 비벼 닦으며 뒤를 흘끗했다.
“둘 다 할 수 있지.”
백주호는 느릿하게 대답하면서도 벽 틈을 손가락으로 더듬었다.
손끝이 물컹한 이끼를 지나 딱딱한 돌에 닿았다.
“하, E급은 진짜 한결같네.”
후열의 마법사가 킥킥 웃었다.
그 옆에서 포션병이 서로 부딪히며 달그락거렸다.
“조용히들 하십시오.”
강하린이 검을 털어 슬라임 점액을 떨어냈다.
차가운 시선이 곧장 백주호의 등짝으로 날아갔다.
“백 헌터, 최소한 몹 정리는 같이 하셔야죠.”
“슬라임은 맛이 없어.”
백주호가 툭 던지듯 말하고 허리를 더 숙였다.
손으로 공기를 부채질하며 향을 분리하듯 코를 킁킁거렸다.
“뭐래, 맛은 무슨…”
“여긴 D-23 슬라임 던전입니다.
식재 채집 온 거 아니고요.”
강하린의 목소리가 짧게 끊겼다.
쓸데없는 말이 또 나오면 바로 잘라 버릴 기세였다.
‘그래도 나한텐 같은 난이도 던전이 아니지.’
백주호의 코끝이 찌릿했다.
